하느님께서는 교회 공동체에 봉사하게 하는 여러 가지 은사의 사용과 열성만으로 만족하시지 않습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그리스도인의 성격과 행실을 변화시켜서 완전한 하느님의 자녀가 되기를 원하십니다(마태 5, 48). 그러므로 우리가 우리 생활 전체를 변화시켜 주시도록 성령을 받아들인다면 성령께서 우리 안에 성령의 열매를 맺어 주실 것이고, 이것이 바로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것이 됩니다.
성령께서 주시는 열매는 사랑, 기쁨, 평화, 인내, 친절, 선행, 진실, 온유, 그리고 절제입니다. 이것을 금하는 법은 없습니다(갈라 5, 22-23).
(1) 사랑
사랑은 가장 기본이 되는 열매이면서도 제일 중요한 것입니다. 하느님의 가장 큰 계명은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신 사랑은 아가페적인 사랑이며, 이 사랑의 가장 좋은 본보기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십니다. 예수께서는 모든 인간을 위하여 자신의 생명을 바치셨습니다.
우리가 우리 마음에 맞는 사람들만 사랑한다는 것은 이기주의의 한 형태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기주의적이 아닌 무조건적인 사랑을 하도록 부름을 받았습니다(마태 5, 43-48). 이런 사랑을 우리 힘만으로 한다면 불가능하겠지만 하느님과 함께라면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어짐으로써 우리를 하느님의 힘으로 변화시켜 원수까지도 사랑할 수 있도록 하십니다.
(2) 기쁨
여기서 말하는 기쁨은 좋은 음식, 좋은 옷을 얻었다든가 목적을 달성하여서 오는 외적인 환경에서 생기는 기쁨이 아니라, 특별한 이유도 없이 안에서 솟아나는 내적인 기쁨을 말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당신께서 주시는 기쁨은 세상이 주는 기쁨과 다르다고 말씀하셨습니다(요한 16, 22-24). 이 기쁨은 언제나 행복한 감정에 머무르려고 애쓰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도 주님과의 계속적인 친교에서 오는 것으로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깊은 환희인 것입니다. 이것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우리에 대한 주님의 사랑을 감지할 수 있는 상태에서 오는 결과인 것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오로는 주님과 함께 항상 기뻐하십시오. 거듭 말합니다. 기뻐하십시오.(필립 4, 4)라고 말씀하셨습니다.
(3) 평화
성령의 열매로서의 평화는 다투거나 소란스럽거나 바쁘거나 한가롭거나에 관계없이, 어떠한 외적인 환경에도 관계없이 내적인 평화를 누리는 것을 말합니다. 주님의 평화 안에 사는 사람은 일이 잘되거나 잘못되거나 관계없이 항상 모든 일이 서로 작용해서 좋은 결과를 이룬다는 말씀(로마 8, 28)을 깊이 이해하는 사람입니다. 예수께서는 우리가 충만한 당신의 평화를 갖기를 원하시며, 이미 그 평화를 우리에게 주셨습니다(요한 14, 27). 이 충만한 평화란 바로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에페 3, 14-18).
(4) 인내
인내란 우리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 때 체념하여 수동적으로 그 어려움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고통을 참고 견디어 내는 능력, 기다리는 능력과 일상 생활에서 단조롭고 지루함을 참는 능력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렇게 견디어 내는 노력을 통한 성장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인내는 결단력을 요구하기도 하며 목적이 달성될 때까지 지속되는 힘이며, 저항이나 고통에 맞서서 포기하지 않는 저력을 뜻합니다. 인내의 열매는 하루아침에 성숙되지 않으며 오랜 시일에 걸쳐서 점차적으로 성숙합니다. 특히 이 열매는 일이 잘될 때보다는 시련과 고통 속에서 맺어지게 됩니다.
(5) 친절
성령의 열매로서의 친절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것을 말합니다. 친절은 이웃에 대한 너그러움, 용서, 희생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열매를 맺은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부담감 없이 대화하며, 이런 사람과 같이 있으면 왠지 마음이 편하고, 처음 보더라도 친한 사람처럼 여겨지며 대인 관계도 원만하게 됩니다.
(6) 선행
하느님 말씀에 따라 하느님께서 원하시고 동의하시는 것을 행하는 것입니다. 선에서 흘러나오는 행동은 순수하며 진정한 것이지, 결코 거칠거나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며 영예롭고 도덕적이며 고결합니다(필립 4, 8).
(7) 진실
진실한 사람은 하느님께 믿음을 두고 있으며 하느님 말씀이 자기 마음에 맞건 안 맞건 언제나 순종합니다(창세 12장: 아브라함). 예수 그리스도께서 진실하고 슬기로운 종에 대하여 말씀하셨습니다(루가 12, 42-47). 우리가 하느님 앞에 내세울 것은 진실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진실이란 있는 그대로 어린아이처럼 단순하게 되는 것입니다.
(8) 온유
'온유하다'는 것은 우리의 힘이 자제되어 있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의 분노가 죄악이나 온당치 못한 무자비함으로 빠지지 않음을 뜻합니다. 또 온유한 사람은 화를 내는 일 없이 남의 충고를 사랑으로 받아들이고 하느님의 말씀에는 온순히 따르지만 악에 저항하는 데는 슬기로운 힘을 갖고 있습니다.
(9) 절제
절제는 우리 안에 계시는 성령의 뜻에 따르려는 능력으로 우리의 감정과 욕망을 지배하는 것입니다. 우리 생활의 많은 영역에서 끊어 버려야 할 욕망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욕망에 대항하는 구체적인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언제나 쉬운 일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은 술을 절제하지 못하며, 어떤 이는 도박, 어떤 이는 성적 욕구를 자제할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신의 의지력이나 결심이 이런 욕망들을 자제하는 데 부족함을 알게 됩니다. 그런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성령의 도움인 것입니다.